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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일기

by 이나시오- 2023. 7. 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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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생에 대한 별생각 없이, 물 흐르듯이 살아왔다. 컴퓨터 게임 말고는 달리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생각해서 고등학생까지 공부와 게임, 인터넷 방송 시청이 거의 내 인생의 전부였다. 대학 진학도 성적에 맞춰서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과에 지원하였고, 덕분에 좋은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되면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자유는 달콤했지만 나를 좀먹고 있었다. 이를 깨닫게 된 것은 바로 얼마 전이었다.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2~3달간의 암흑기를 겪게 되었다. 2~3달간의 암흑기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 인생에 대해 고찰하면서 이전의 삶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갑자기 몰려오며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생각했던 것들과 깨달은 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힘들었던 시기에 생각했던 내용들. 좌측 사진은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

 

  첫 번째로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내가 처음으로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은 군생활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자유로 인해 겪은 괴리감과 빨리 자유를 되찾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자유가 있었을 때 해왔던 일들, 그리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서 자유를 되찾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후회가 많아졌다. 자유가 있었던 때에도 군대에서 하는 것들과 내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더 부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입대 전에 나는 학교 갔다가 집에 들어와서 게임하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밤새다가 피곤해지면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군대 오기 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있었을 때, 딱히 재미있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런 삶을 살아온 걸까, 나는 경험한 것이 너무나도 없었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 보다도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사회로 돌아가면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내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내가 컴퓨터를 좋아했으니 연등 시간에 코딩을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전역하면 최대한 빨리 졸업해서 과와 상관없지만 개발자를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게임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 3d 모델링도 배워보고, 모델링 관련해서 스타트업에서 4개월 정도 인턴도 해보고, 인공지능이나 vr 관련 수업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배우고 경험해 보면서 오히려 점점 확신을 잃게 되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고, chatGPT가 나오며 개발자의 자리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이 분야에 생각보다 열정이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며 두려워졌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연스럽게 같은 반 친구들과 오랜 시간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던 탓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대학 1학년 때는 거의 친한 사람이 없었다. 2학년 때는 운이 좋게도 같은 전공수업을 듣고 동기들과 모여서 과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러면서 나도 삶에 원동력을 좀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있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결핍을 별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전역하고 처음 사귀게 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4학년이 되면서 동기들과도 자주 못 보면서 나는 전혀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1학년 때도 외로웠던 것 같지만 그때는 외면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외로움이 찾아오니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졌다. 주변인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도 들고, 자존감이 낮아지니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

 

  세 번째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아져서 학교에서 시행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참여했는데, 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를 이루는 것은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안 그래도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시기라 사람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매주 한 번씩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리가 있는 것이 삶을 지탱해 주었다.

 

  이렇게 '나'와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면서, 나는 결국 내가 경험한 일들과 그로 인한 깨달음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며, 시선을 의식하거나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당당히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남들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안 되고, 행동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우울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집에 있고 싶지만 학교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가게 사장님과 짧게 이야기하는 등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당당한 모습을 흉내 내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또한 내가 평소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기타를 쳐보고 싶어 기타도 구입했다 (아직 연습은 별로 안 했다). 여태까지 나의 삶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변하려고 하니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니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중이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는 확실하지 않고 누가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 못하지만, 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행동하라 실천하라 움직여라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항상 생각만 하다가 내가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남들과 공유하여 남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내가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이들이나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부분도 배워가고 싶은 입장이다. 글 쓰는 것이 서툴지만 이렇게라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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